2010년 10월 21일 목요일

옵션, 하려거든 제대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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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퇴 안당하는 법 2. 옵션, 하려거든 제대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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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십여년 근무한 직장을 퇴직하면서 모아놓은 여윳돈 5~6천만원 정도를 가지고
경험도 없이 이 시장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대략 6개월 이내에 그는 원금을 거의 소진하고 이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1년쯤 될 무렵에는 카드며 은행대출이며 여기저기 빚을 주렁주렁 달고 살게 됩니다.
만약 옵션이라면? 아주 간단하게 그 기간을 절반 이하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옵션은 정말 가방끈 잘라먹는 귀신이며 인간이 고안해낸 최악의 심리게임입니다.
임진왜란때 논개는 왜장을 안고 강물에 뛰어들었습니다만,
만약 논개여사가 요즘 사람이라면 왜장들을 촉석루에 모아놓고 옵션을 가르쳤을 것입니다.
제대로 말고 살짝 맛만 보게...
틀림없이 몇달 후에는 왜장들이 무더기로 강물로 뛰어들거나 전의를 상실하고 조선군에 투항할 겁니다.

그래서? 옵션 하지 말라는 말인가?
하지 말란다고 안한다면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다만, 정 옵션을 하려거든 제대로 좀 알고 난 뒤에 하자는 것입니다.
파생학교 강퇴 안당하는 두번째 법칙입니다.
"옵션, 꼭 하려거든 옵션을 제대로 이해한 후 그 특성에 맞게"
저는 여기서 선물옵션 교과서를 쓰려는 것이 아니므로
옵션의 A부터 Z까지 시시콜콜 떠들 생각은 없습니다.
옵션에 관한 잘못된 이해 또는 엉터리 옵션 매매의 핵심적인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작고한 성철 스님의 유명한 법어라고 알고 있는데, 아마도 이건
옵션 매매자들을 위해 성철 스님께서 일부러 남긴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파생언어로 번역하자면, '매수는 매수요, 매도는 매도로다'쯤 됩니다.
매수는 매수답게, 매도는 매도답게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옵션 매수는 손실은 한정되지만 이익은 이론상 무한할 수 있는, 꽤 쓸모있는 게임입니다.
매수로 아무리 잃고 싶어 환장을 하더라도 지불한 프리미엄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 많은 투자자들이 옵션 매수 게임을 매도 게임 비슷하게 합니다.
투자자 A가 어떤 옵션 종목을 20만원 주고 매수합니다.
그리고는 방향성이 맞아 옵션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30만원에 팔아치웁니다.
A는 좋은 매매를 한것일까요?
....

이 종목이 만일 30~40만원이 꼭지였다면 괜찮은 매매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해당 옵션이 80만원이나 100만원까지 갔다면?
A는 무한하게 늘어나고 있는(옵션 매수 이론상) 옵션의 이익을 일정한 선에서 제한시켜 버린 것입니다.
이익을 일정선에서 제한한다? 많이 듣던 얘긴데?? 그렇습니다. 옵션 매도가 바로 그렇지요.
옵션 매수가 졸지에 옵션 매도가 된 것입니다. 
A는 옵션 매수를 해놓고 게임 방식에서는 매도게임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건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한 사례입니다.
매수는 매도에 비해 여러가지로 불리함을 안고 시작합니다.
그 대신에 손실 제한, 이익 무한대라는 초강력 무기 하나를 획득하는 것인데,
데이트레이딩이라는 명목으로, 또는 오버나잇 금지라는 이유로, 이 강력한 무기는 싹둑잘라버리고
매수게임의 온갖 불리함만 그대로 떠안는 매매가 어찌 성공하겠습니까.

그나마 이건 이익이나 낸 케이스이니 행복한 고민입니다.
손실이 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A가 20만원 주고 산 옵션을 만기일까지 들고 있다가 정산을 받지 못하고 꽝이 되었습니다.
A는 아주 후진 매매를 한 것일까요?
....

여기까지만으로는 A의 매매가 잘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논하기 이릅니다.
A가 손실이 나봐야 지불한 프리미엄 20만원만 날린 거라면 그게 꼭 잘못한 거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A는 종종 프리미엄을 다 잃기도 하지만, 먹을 때는 프리미엄이 날아가는 꼭지까지 다 확인하고
내려오면서 수익을 낸다면 그는 옵션 매수게임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손실을 한정지었고 이익은 시장이 만드는 대로 취한 것이지요.

헌데, 만일 A의 투자자산이 20만원이 전부였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A는 단한번의 매매로 자신의 자산을 전부 잃는 매매를 한 셈이 됩니다.
이 경우는 명백하게 옵션의 특성을 잘못 적용한 매매겠지요.
아니, 옵션이고 뭐고 파생 제1원칙 -  생존의 원칙,
강퇴 안당하는 제1법칙 - 가방끈 법칙을 다 어긴 겁니다.
손실을 한정짓는다는 건, 설령 손실을 보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로 국한시킨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전자산을 모두 프리미엄에 걸었다가 날리는 게 무슨 손실 한정입니까?
"난 분명히 손실을 한정시켰어, 내 전재산으로 말이야!!" ??

유감스럽게도 많은 옵션 매수 플레이어들이 이 두 가지 잘못을 동시에 범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몰빵으로, 손실 한정이라는 옵션 매수의 장점을 일찌감치 지워버리고 출발합니다.
그리고 벌 때는 아주 사소한 이익을 취하여 옵션 매수의 최고 장점을 스스로 제한시켜 버림으로써
매수도 매도도 아닌 이상한 게임을 전개합니다.
매도 플레이어는 이와 반대의 행동을 종종 취함으로써 
마찬가지로 옵션이라는 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예> 콜120 옵션 매수 케이스


콜120을 A지점이나 B지점 매수후 C지점 청산. 기막힌 플레이인가요?
하루가 더 지나 1월 17일 종가 기준으로 콜120 그래프 모양이 어떻게 변했는지 봅시다.
그리고 '손실 한정, 이익 무제한'이라는 옵션 상품의 특성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도...



2) 델타 0.2 펀치로 챔피언이 된 홍수환
옵션 델타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전일 콜120의 델타는 0.52네요.
델타는 지수 변동에 따른 옵션 가격 변동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옵션의 만기 행사 가능성을 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콜120이 17일 종가 기준으로 행사 가능성 52%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등가옵션은 대개 0.5, 내가로 갈수록 높아져 극내가는 1에 가까운 델타가 형성됩니다.

저는 매수 게임을 주로 하며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1~2단계 심지어 3단계 외가 종목도 자주 거래합니다.
좀 심하게 델타 0.1이하를 거래하는 투자자도 많습니다.
전일 풋112가 -0.093이므로 0.1에 가깝습니다. (마이너스는 방향이 반대이구요, 이런 건 1학년 때 배우죠?)

교과서적으로 만기까지 간다고 할 경우, 델타 0.1 즉 행사 가능성 10%의 종목을 거래하는 사람은
열번 매매에서 아홉번은 확률상 실패할 각오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대신 나머지 한번이 먹혀들어갈 때 최소 열배의 수익을 올린다는 투자방식이
델타 0.1짜리 매수의 기본 전략입니다. 그래서 아홉번의 정해진 손실을 감당하고 남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극외가 옵션 매수시에는 엄정한 자금 배분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열번 끝까지 가봐야죠.

저 유명한 챔프 홍수환의 사전오기 신화를 생각해 봅시다.
카라스키얀가 뭔가 하는 세계 챔피언에게 도전한 홍수환은 결정타 한방을 날리기 위해
무던히도 그에게 접근하지만 있는 대로 줘맞고서 네번이나 케이오 당합니다.
그러나 다시 일어난 그는 마침내 결정적인 한방을 날려 카라스키야를 아주 푹 재워 버립니다.
홍수환의 펀치는 다섯번에 한번 먹혀드는 델타 0.2 정도의 외가였지만, 어쨌든 그는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만일, 홍수환이 다섯번째에 카라스키야에게 카운터블로우를 먹이는 게 아니라
'고작' 가벼운 잽만 한두방만 날렸다면?
-> 사전오기의 신화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만일, 어떤 투자자가 줄창 델타 0.1의 극외가 종목을 거래하면서
어쩌다가 50%나 100% 수익을 한번 냈다고 득의양양한다면?
-> 그가 바로 네번 케이오 당했다가 일어나 '겨우' 잽을 날린 홍수환인 것입니다.
델타 0.1짜리를 10번에 걸쳐 도전할 계획을 세운 게 아니라 한두번 만에 올인된다면?
-> 홍수환이 한번 다운되자 마자 수건 던지고 링을 내려온 꼴입니다.

옵션으로 '대박 신화', '사전오기 신화'를 꿈꾸시는 분들,
꿈, 그거 참 좋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 꿈에 걸맞는, 그리고 옵션 상품의 특성에 맞는 거래를 하시기 바랍니다.

PS : "옵션 제대로"에 관한 이야기 한두가지를 다음 회에 더 추가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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