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1일 목요일

파생학교


파생학교 생활을 잘하기 위한 몇 가지 주요 사항을 정리해보겠다고 시작했습니다만,
이거 괜히 손댔다 싶을 정도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네요.
짧은 시간안에 마치겠다는 과욕을 자제하고
시간 여유 있을 때마다 조금씩 정리하겠으니 진도가 늦어도 양해 바랍니다.

지난 회까지 일단 파생학교 강퇴 안당하는 방법에 대해
1. 가방끈 법칙
2. 옵션 제대로 법칙을 중심으로 다루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항이기에 필연적으로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나머지 3. 기법보다 자금관리 먼저, 4. 매매횟수 줄이기, 5. 매매기준이 서기 전엔 돈 벌 생각 말라
등이 남았는데,
뭔놈의 학교랍시고 들어오자마자 맨날 퇴학에 관한 교칙 이야기만 하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
남은 세가지 사항은 여타 주제들을 이야기하며 녹여나가도록 하지요.
이제부터 실전과 직접 연관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오늘은 매매 원칙과 기법에 대한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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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원칙과 기법의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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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매원칙과 기법의 관계
어떤 사람에게 "당신의 매매원칙은 무엇입니까" 라고 물으면 각양각색의 대답이 나오는데,
"절대로 오버나잇을 안하는 거요" 이런 사람,
"내가 확신을 갖는 국면이 올 때까지는 무조건 기다린다" 라는 사람,
"1분봉 5/20/60이평이 정배열 형성하면 매수했다가 정배열 깨지면 털고 나옵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
또는 "....." 꿀먹은 벙어리거나 ".... 뭐더라?"인 사람까지 경우가 많겠죠.

흔히 원칙과 기법을 혼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먼저 그 관계를 나름대로 정의하자면
매매원칙은 트레이더가 매매에 임하는 준거를 말하며 포괄적 추상적 개념,
매매기법은 원칙을 실전에서 구현하기 위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매매원칙이 더 넓고 상위 개념이 되는데
여기서 이런 용어 차원의 정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호 관계가 중요합니다.

원칙이 잘 정립된 사람일수록 기법도 발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컨대, "시장은 위험한 곳이므로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겠다"는 원칙이 분명한 사람은
데이트레이더나 스캘퍼가 됩니다. 짧게 짧게 치고 나온다는 거죠.
이 경우, 매매기법은 단기차익을 노리는 기법 쪽으로 집중적으로 발전됩니다.
차트에서는 틱차트, 5분봉 이하의 단기분봉을 주로 연구하고 호가창을 중요시하며
보조지표로는 macd 등 추세지표보다는 스토캐스틱 같은 모멘텀지표나 밴드지표를 주로 활용합니다.

반면,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담보하되 그 대신 기회를 최대한 따라가겠다는 원칙이 강한 사람은
스윙트레이더나 중장기 추세투자 또는 합성을 주로 하게 됩니다.
당연히 호가창과 단기봉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추세지표와 이동평균을 중시합니다.

그런데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제일 문제입니다.
어느날은 이평이나 전고점을 중시하다가 다음날에는 호가창에 몰두하고
그리고 그 다음날은 5분봉으로 매매하다가 물리면 60분봉을 띄워놓고
'아 이건 단기조정이야' 이러면서 갑자기 장기봉 투자자가 됩니다.
이 사람은 매매기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매매 원칙이 부재한 것입니다.
그리고 대개 이런 경우 각각의 기법에 대한 이해수준도 아주 피상적이고 단편적이어서
현실의 무궁무진한 변동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태일 확률이 높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매매기법이 없나 하고 갈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서가 잘못되었습니다.
좋은 매매기법이란 게 따로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자신에게 맞는 매매기법은 존재할 터인데,
그걸 잡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의 매매원칙이 분명히 정립되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 매매원칙을 아주 근사하게 하나 턱 붙여놓으면 만사형통인가요?
맨날 지는 한 복서가 자신의 복싱이 뭐가 잘못된 건지 몇날 몇일 고심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그래, 내가 지는 건 상대에게 너무 얻어맞기 때문이야. 그렇다면, 안 맞는 아웃복싱을 하면 난 이길거야"
그리고 그는 자신의 복싱 원칙을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난 될 수 있는대로 안 맞는 아웃복싱을 하겠다. 안 맞고 기회를 노리다 두들겨 패서 이기겠다"
스스로 흐뭇해하며 기자회견까지 엽니다.(기자들이 찾아오기는 할런지...)
다음 시합에서 이 선수는 안 맞기 위해 상대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링을 빙글빙글 돌며
아웃복싱을 구사합니다. 그러느라 상대에게 접근도 못해보고 관중들의 야유란 야유는 있는 대로 받다가
결국 어느 순간 성큼 파고든 상대선수의 강한 라이트훅을 턱에 얻어맞고 길게 대자로 누워버립니다.
아뿔싸, 이 친구 숏다리였던 것입니다....

자신의 현실을 무시하거나 근거가 없는 원칙은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원칙을 구체화시켜 기법으로 옮길 때 바로 판명됩니다.
결국, 원칙이 중요하고 상위개념이며 기법을 컨트롤하는 준거이기는 하지만,
원칙은 또한 기법에 의해 검증받고 다시 재조정을 거치며 현실화되어 나가는 것입니다.
원칙과 기법은 이런 점에서 상호 조응관계가 형성됩니다.
그러므로, 원칙과 기법의 관계,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겠지요.

첫째, 원칙이 분명해야 기법도 발전한다.
둘째, 자신의 현실과 특성, 장단점을 반영하지 않은 원칙은 무력하다.
셋째, 원칙이 제대로 선 것인지는 기법을 통해 끊임없이 확인하고 좀더 정확한 원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럼 이 정도에서 기법에 대한 이야기로 집중을 해보면...


2. 매매기법,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평소에도 형광등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남보다 반 박자 늦고
우스개 소리를 들어도 남들 다 웃고 다른 이야기 시작할 때 그제서야 깨닫고 웃기 시작하는
'곤돌'(특정인과 관계없음)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매매원칙과 기법을 다음의 방식으로 수립하기 시작했습니다.
매매원칙의 첫번째 사항이야 물론, 파생학교 시리즈 시작할 때 말씀드린 대로 "생존이 최우선"이었고
"호흡을 비교적 길게 가져감으로써, 시장에 휘둘리지 않고 호랑이 등에 올라탄다"가 두번째
매매원칙이었다고 합시다.

여유 있게 매매하는 기법을 찾기 위해 그는 이동평균선을 중심으로 한 추세를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이렇게 가정을 세웁니다.
"일봉이 특정 이평을 상향 돌파하면 매수를 하고 하향 돌파하면 청산한 뒤 매도로 갈아탄다"
그런데 여기서 어떤 이평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지 애매합니다.
그래서 무식한 곤돌은 특유의 무식한 방법으로 그 기준 이평을 잡기 위해 용을 씁니다.

선물 1999년 1월부터 2004년 12월 30일까지 6년간 연결선물지수를 놓고
봉과 이평간의 관계를 고찰하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이평은 지수이동평균(ema)을 썼습니다.

<일봉이 종가 기준으로 특정 이평 위에 올라섰을 때 매수, 하회시 매도>
3이평 - 연평균 수익 17.8포인트, 총441회 매매, 승률 38.3%, mdd -34.5포인트
4이평 - 연평균 수익 13.9포인트, 총379회 매매, 승률 36.7%, mdd -32.4포인트
5이평 - 연평균 수익 4.0포인트, 총351회 매매, 승률 32.8%, mdd -35.6포인트
...
10이평- 연평균 수익 7.7포인트, 총264회 매매, 승률 29.1%, mdd -33.1포인트
20이평- 연평균 수익 6.7포인트, 총184회 매매, 승률 25%, mdd -49.5포인트

데이터 검증을 마쳐보니 3일 이동평균 돌파 투자가 수익과 승률이 가장 좋고
이보다 긴 이평을 쓸수록 승률이 떨어지고 mdd(연속 최대손실을 말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합니다. 일단, 수치가 클수록 불리하겠죠?)가 늘어났습니다.

검증을 통해 곤돌은 자신의 선물 매매기법을
"종가상 3이평 상향 돌파시 매수, 하향 돌파시 청산후 매도"로 잠정 결정하되,
좀더 결과를 향상시킬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우선적으로, 돌파투자에 손절 개념을 적용했습니다.
즉, 이평 상향 돌파시 매수를 하되 일정 포인트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면 손절매를 한다는 것입니다.
손절매 기준은 또 어느 정도가 적합한지 알기 위해 또 무식하게 0.5포인트부터 2.5포인트까지
각각 대입을 하여 그 수행결과를 알아봤더니, 진입가에서 1.2포인트손실이 났을 때 손절하는 것이
가장 결과가 좋았습니다. 이를 적용한 3이평 돌파투자 + 손절은,
* 연평균 수익 18.5포인트, 총441회 매매, 승률 38.3%, mdd -32.6포인트로 눈꼽만큼 향상되었습니다.

"그래 0.8포인트가 늘어났군, 이게 어디야" 감격하면서, 곤돌은 조금 더 궁리를 합니다.
이평이 상당히 후행이라 꼭지 찍고 한참 내린 후에 청산신호(이평 하향 돌파)가 나오니까
이번에는 진입후 특정 고점대비 일정 수준으로 내리면, 청산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궁리입니다.
이른바 트레일링 스탑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두 가지 포인트가 변수입니다. 즉 고점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와
고점에서 어느 수준이 빠지면 트레일링 스탑을 거느냐 하는 것입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격언대로 또 용감무식하게 각종 수치를 다 대입해 봅니다.
4.5포인트 이상 오른 뒤 고점에서 1포인트가 빠지면 청산해버리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결국 3이평 돌파투자 + 손절 + 트레일링스탑을 적용한 최종 결과는,
* 연평균 수익 20.8포인트, 441회 매매, 승률 38.5%, mdd -32.6포인트가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닭똥만큼 결과가 향상되었군요. 어쨌든 곤돌은 만족스러워하면서 이제,
"3이평 돌파 + 1.2포인트 손절 + 4.5포인트 이상 이익 발생후 고점대비 1포인트 하락시 트레일링 스탑"
이라는 긴 이름의 매매기법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압축하여 '곤돌1호' 기법이라고 합시다.
자 이제 곤돌은 '1호' 기법을 가지고 느긋하게 연평균 20.8포인트의 수익을 냈을까요?
........
천만에, 그럴리가요?
파생이 이렇게 쉬운 거면 누가 돈 잃겠습니까?
'곤돌1호'는 이제 겨우 과거 데이터로만 검증해본 '실험적 기법'입니다.
아직 이 친구에게는 넘어야 할 험한 산이 수도없이 많습니다. 이제 그 중간쯤이나 왔나?

아무튼,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나름대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매매원칙을 수립한다. ->
둘째, 이를 실전에서 구현하기 위한 기법 연구에 돌입한다. ->
셋째, 기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가설'로부터 출발한다 ->
넷째, 가설을 먼저 과거 데이터를 가지고 검증을 한다.(실전에서 돈으로 메우면서 검증할 수 없으므로) ->
다섯째, 검증 결과를 보완하여 1차적인 실험적 기법을 완성한다.

다음 과정은 뭘까요? 실험이 아니라 실전에 들어가는 거겠지요.
그리고 돈으로 메우면서 그 기법의 문제점, 장단점, 돌발상황에서의 대처방안
뭐, 이런 것들을 찾는 거겠지요.
그리하여 '실험적 기법은' 보완과 땜빵, 수리를 거듭하면서 마침내 '실전 기법'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여섯째, '실험적 기법'을 조심스레 실전에 적용한다 ->
일곱째, 발견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며 기법을 보완한다 ->
여덟째, 드디어 실전기법 하나를 완성한다.
이런 수순이 또 남아있는 것입니다.
특히나 여섯째, 일곱째 단계는 돈도 돈이려니와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적어도 수개월 이상...
파생학교 강퇴 안당하는 다섯번째 사항인
"매매기준이 서기 전에는 돈 벌 생각 말라"는 여기에서 도출됩니다.

그런데, 만일 그렇게 하다 보니 영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땐 가설로 다시 되돌아가 가설을 수정, 보완해야겠지요.
가설 수정만으로도 해결이 안된다면?
그건 결국 최초 출발인 원칙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매매 원칙을 다시 돌아보아야겠지요?
마치 숏다리 선수가 아웃복싱을 구사하려던 것은 아닌지부터 다시 짚어야 합니다.

하나의 매매원칙과 기법이 서기까지의 과정은 대략 이러할 것입니다.
물론, 직관이 뛰어나고 머리가 좋은 사람은 그 과정이 매우 단축되고 빠를 것이며
좋은 스승 밑에서 잘 가르침을 받는다면 몇단계 생략도 가능할 것입니다만,
이 파생판에 어떤 박애주의자가 이처럼 험하게 얻어낸 매매기법을 공개하거나 전수해 주려 하겠습니까?
설혹, 그런 고매한 인격자가 계셔서, 기법을 전수해준다 한들
지난한 과정에서의 깨달음과 심리적, 차트적, 실전적 훈련을 몽땅 생략한 채
결론만 알려준들 그 기법으로 실전에서 돈을 벌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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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습니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소쩍새가 내내 울고 다녀야 하듯이
하나의 매매원칙과 기법을 세우기 위해 파생인은 아마도 숱한 계절 속으로 피울음을 삼켜야 합니다.

이런 과정도 없이 돈을 벌겠다 생각한다면 꿈과 현실을 냉철히 분리해 보아야 하고
그 과정이 그래도 행복하고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부단히 정진하시고
이만한 노력으로 어디가면 성공하고 행복하지 않겠냐 판단한다면 과감히 결단을 내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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